2023 세계예술인 한반도평화선언문
1950년 여름에 일어난 한국전쟁은 3년 간 당시 2천만 명의 인구 중 민간인 희생자만 200만 명이 넘는 동족상잔의 엄청난 비극을 남기고 1953년 7월에 잠시 중단되었다. 종전이 아닌 전쟁을 잠시 쉬는 정전 상태가 70년 넘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서 70년 넘게 남북긴장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70년간 지속된 불안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과 북의 사람들 가슴 속에 전쟁의 파편조각들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전쟁의트라우마가 이제 다시 현실이 되어가는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전쟁의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본의 아니게 형제가 서로 적이 되어 죽이고,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는 것이 전쟁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은 인간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들을 정당화 할 뿐만 아니라 전쟁 앞에서는 인류가 쌓아온 문명의 금자탑은 의미 없이 파괴되는 모래성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전쟁의 공포는 모든 것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다.
작년에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전세계가 어떤 형식으로든 그 전쟁에 크던 작던 영향을 받고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전세계의 비극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우리 인류는 역사 이래로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폭력은 인간이 가진 이중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논리고 거짓이다. 전쟁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 아니라 전쟁으로, 폭력으로 얻는 이익을 좇는 이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일 뿐이다. 인간은 항상 그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여 왔다. 아무리 불합리한 평화라도 어떠한 전쟁보다 낫다는 보편적인 가치가 인류의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예술인은 알고 있다. 예술은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만들어진 전쟁의 불합리성을 고발하여 왔고, 피해 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위무하여 왔다. 희생된 이들을 위하여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기도하여 왔다. 예술인은 전쟁으로 발생한 비극을 들여다보고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기록하고 그 기록을 보다 많은 이들이 느끼고 공감하도록 창작하여 왔다.
예술인은 비극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항상 연대하여 왔다.그 누구보다아파하고 그 누구보다슬퍼하고 그 누구보다더 기뻐하며 창작해 왔다. 그리고예술인은 폭력이 아닌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최후의 보루임을 노래하여 왔다.
그러므로 예술인들이 예술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예술인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가해지는 모든 폭력을 반대한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
예술인은 전쟁을 반대하는 모든 행동에 연대하고 지지를 보낼 것이며, 전쟁이 발생되는 위험한 요소들과 예술로서 맞서 싸울 것이다.
예술인은 언제나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파괴보다는 생산을, 죽음보다는 생명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이곳 임진각을 보라. 철책을 사이에 두고 7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면서 무기만 현대화되고 다양화되고 축적되어 온 것이 아니었다. 평화가 지속되면서 이곳은 새로운 생명들이 자유롭게 태어나고 번식하는 생명의 동산으로 숨 쉬고 있었다. 지구는 이렇게 인간이 파괴하고 비어둔 자리를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메꾸어 낸다. 이제 우리 예술인은 자생하려는 지구의 노력에 동참하고, 사명을 가지고 앞장 설 것이다.
우리 예술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어떠한 전쟁 준비에도 반대한다. 2023년은 잠시 멈춘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안정적인 평화가 시작하는 원년이 되기를 원한다.
한반도에서 막을 올린 예술가들의 평화 선언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을 멈추고 억제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
이곳 휴전선이 전 세계인이 평화를 만들어가는 롤모델이 되고 하나의 상징이 되기를 원한다.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는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 가는 모든 노력들이 예술과 연대하여 끊임없이 발전하여 나가기를 원한다.
이제 예술인이 예술로서 보여 줄 것이다. 평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인류가 기억하게 할 것이다.
2023년 세계예술인 한반도평화선언에 동참하는 예술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