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군산 하제마을에서,

이철경 1175
수호신 - 군산 하재마을에서  

                                          시인 이철경 

그들만의 슈퍼히어로 미사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비 내리듯 퍼붓자
게임하듯 환호하던 백인 얼굴에서
황폐한 거리가 오버랩 되던 그날,
투하된 미사일 섬광에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눈이 멀거나
파편에 팔이 잘려나가거나
폭음에 배가 터지는
아비규환의 참상을 외면한 채
언덕 위에서 밤하늘 불꽃놀이에
키스하던 악마의 미소를 보았었네
먼 나라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전쟁놀이를 우리 하늘 우리 산하에서
전쟁연습 끊이질 않았네.
유구한 산하에 화살이나 창이 아닌
거대한 폭음으로 대지가 흔들리고
이 땅에서 최첨단 무기 실험이 자행되는
제국의 전쟁 놀이터가 된지 오래,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에서
멀지 않은 구비섬을 바라보면
한때는 밤마다 폭죽 터지는
불꽃놀이를 볼 수 있었네
매향리 구비섬처럼
600년된 팽나무도 잘려나가고
작은 들꽃도 청개구리나 도롱뇽도
군사놀이 타깃이 되어 사라지려네
미군이 점령한 오키나와 기지처럼
중국과 대치한 바다건너 하제마을도
돌아앉은 폐허에 평화가 뒷걸음치고
동북아 불의 고리가 될 것이네
미군기지 주변은 밤이고 낮이고
기상나팔로 시작하여 취침나팔까지
날아오르는 굉음과 파괴의 일상으로
지저귀던 새들도 떠나가고
아이 울음소리도 끊기고야 말겠네
고향을 떠난 주인 잃은 빈집엔
외래종 잡풀이 점령하여 무성하게 휘감고
하제마을 주민도 고향을 잃은 채
일만 년 이어온 수호신마저 떠나가겠네.

덧붙여, 
대한민국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갈망하는 한민족 소원을 후퇴시키고 있다. 밖으로는 주변 열강의 개가 되어 균형 잡힌 지도력을 발휘해야 함에도 한쪽에 서서 또 다른 적을 만들고 있다. 안으로는 이념싸움을 볼모로 삼아 진보와 보수 양날개로 날아야 함에도 진보의 날개를 꺾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험천만한 낭떠러지기로 몰고 가는 정치 지도력 초보자인 현 정부의 패착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군산 하제마을 600년 팽나무가 있는 드넓은 부지가 또다시 미군기지로 편입 후, 팽나무가 잘리워질 위기에 처했다. photo by : Chul 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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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경 약력
〈목포문학상〉평론본상 수상과 시전문 계간지《발견》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죽은 사회의 시인들』,『한정판 인생』과 평론집『심해를 유영하는 시어』를 발간했다.
이메일 : poem@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