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박종화 1177

7

    박종화

 


평화로운 7월 한 번 돼보자

 

단오가 있는 6월도 아니고 칠석이 있는 8월도 아닌

어정쩡한 7월 답게 우린 그런 모습으로 잠시 총을 내렸다

그리고 70년이다

 

똥 누고 밑을 닦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바지춤을 추켜올렸고

마르지 않은 잔변감은 여전히 나의 똥구멍을 간지럽히고 있다

 

분단의 똥구멍

무슨 일을 하든 신경 쓰이는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옷 입을 때도 잠을 자려 할 때도

사랑을 할 때도

분노를 할 때도

 

이제 그만 영원히 총을 내리자

언제든지 다시 들 기세로

밑 닦지 않은 똥구멍으로 그만 살자

우리가 살아온 걸음이 후손에 이어

평화의 불길로 타오르는 삶을 기약하자

생은 짧지만 삶은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더는 눈물 나게 그만 살자

세계의 눈에 허리 잘린 인간이 잘났다고 큰소리치는

그런 바보로 보이는 우리가 되진 말자

 

7

몹시 쓸쓸한 하루를 거두고

정녕 평화로운 그런 7월 한 번 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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