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처럼 올 그날을 기다리며 -채광석 시인 천장식에서_ 2020.08.06.오후 1시
천둥처럼 올 그날을 기다리며
-채광석 시인 천장식에서_ 2020.08.06.오후 1시
김완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사람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를 시인, 문학평론가,
출판, 통일, 민중 운동가로 부른다
문학은 민중적 삶의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던
그가 세상을 떠난 건 6월 항쟁이 끝나갈 무렵인
1987년 7월 12일 불의의 교통사고였다
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지 하루 만에
불꽃 같은 삶을 마감한 시인 채광석
당시 그의 주머니에는 동전 150원이 있었다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방 한 칸 마련하지 못한
누군가 비워두고 떠난 오월 무덤가에 가서
사흘간 잠자고 돌아오겠다던 사람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사람 채광석이 아니라 큰 사람 채광석 시인
그의 문학 생활은 5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가 남긴 것은 어느 문학인 보다 넓고 크다
서울대를 네 번이나 제적당하면서
네 번째 복학 허가를 끝내 거부한 시인
허위보다 진실을 찾아 나선 사람
아침 이슬처럼 아름다운 영혼의 시인
경기도 양평 자하연 팔당 공원묘역에 묻혀있다
안면도 푸른 솔 금강송 같은 사내 비를 맞으며
그토록 그리워한 무등의 품 오월 영령 곁으로
33년 만에 운정동 광주 5.18 국립묘지로 왔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의 미래가 함께 오는 것*
그 사람의 모든 정신과 못다 이룬 꿈까지 오는 것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평생 문학의 동지인 김남주 시인과도 만나고
그대를 흠모하는 수많은 문학의 도반들도 만나
충남 태안군 안면읍 그대 시비에 새겨진
「기다림」처럼 통일이 올 그날을 기다리자
백두산과 한라산이 춤추고 평양과 서울의
남녀노소가 부둥켜안고 만세 부를 천둥처럼 올 그날을
*정현종 시 「방문객」 중에서 일부 변용
**채광석 시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시인 김완(金完) 약력
광주 출생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지상의 말들』이 있다
2018년 제4회 송수권 시문학상 남도시인상 수상
E-mail: kvhwkim@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