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

양은숙 1170

북방한계선


-양은숙

 

 

계절이 없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 날 선 침묵이 있다

위장한 맹금류가 점령군처럼 배회한다

곧잘 쪼개지는 숲

그것이 하나하나 생사람을 삼킨다

한계선에 삭제당하는 계절들의 날 선 침묵

작은 봄은 종종종 옆길로 새고

들이닥친 여름은 반쯤 미친 우레를 졸지에 살포한다

누구 편인가,

 

거기서 죽은 사람들

텅 빈 양팔, 빈 소매를 내두르며 흔들흔들 모인다

어깨를 겯고, 우우좌좌 폭설처럼 몰려다닌다

좌도 우도 아닌, 북도 남도 아닌,

이 불온한 NLL에서

퍼런 혼불들 밤마다 미친 발광으로 산화한대도

소리 없이 아기처럼 걸어오는 계절도 없는데

가히 국경은 개뿔

누구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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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숙 Yang Eun-Sook

 

시집 달은 매일 다른 길을 걷는다, 한국작가회의 평화인권위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