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통일은

김여옥 1105

우리 모두의 통일은

김 여 옥

 

 

 

내가 바라는 통일은

봄비의 작고 낮은 옹알이로 온다

여리고 순결한 연둣빛 이파리들이

가벼이 몸을 떤다

 

당신이 원하던 통일은

오뉴월 풍만한 달그림자가 지신 밟으며 온다

노루와 토끼와 고라니는 짝을 찾아 밤새 목청 돋우고

보라매*와 호랑이는 백두대간을 단걸음에 넘나든다

당신과 내가 맞이하는 통일은

고조선 용마루 위 맑고 푸르른 가을하늘에서 온다

천 년을 영지석불상**에 갇혀 있던 아사녀가

흰 옷 입은 아사달을 만나 뭉게구름으로 포개진다

 

모두가 꿈에도 그리던 우리의 통일은

백두산 자작나무숲 순백의 첫눈으로 온다

태고부터 하나였던 볼이 붉은 신랑신부가

섬돌 위 용화석을 지나 초례청에 들면

꽃살창에 번져 퍼지는 청사등롱 그림자

살풀이춤 펄럭이는 눈송이와

깊고 부드러이 입을 맞춘다

 

*북한의 국조

**아사녀가 석가탑을 만들던 아사달을 찾아가 탑 완성을 기다리다 지쳐 영지에 몸을 던져 죽 은 후, 아사달이 그녀를 위해 만들었다는 영지석불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