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지대를 넘어

배정빈 1123

아침이면 산길 달려온 햇빛이 뜨겁게 이마를 달군다  

개개비는 부리로 땅속 깊이 쪼아 풀씨 마구 퍼뜨린다  

미루나무 가지에서 개울가 은방울꽃무리까지

새는 낮게 선회한다

해 설핏하면 달빛이 건너온다

그들 때문에 알았다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남에서 북으로 넘나드는 것은

자유라는 것을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고라니가 먹는 풀은 남북이 없다는 것을

자유를 위해서 왕래를 막는 것이야 말로

자유가 아니다는 것을

서로를 인정하고 새처럼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새처럼 깃털처럼 자유롭게 비상하는 것들을 본다

 

무장한 비무장지대 넘어

새털 구름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하늘은 청명하고 하얀 양떼들이 몰려간다

석양이 내리면 노을 빛 붉은 양떼가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굳은 심장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람들이 관광 버스에서 차례로 내려

안내원 깃발을 따라간다

임진각, 70년을 기다린 실향민 가족 몇이 돗자리 편다

과일 몇 개로 신위 없는 제사를 지내고

가져온 작은 주전자 속 고향 맛을 우려 낸 육수로

국수를 말아 나누어 먹고 있다

 

미루나무 가지에서 도보다리까지

새는 씨앗을 물고 낮게 선회하며 비행한다

아무도

새가 어디서 내려 앉아 녹색 풀을 키울까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