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대통령
김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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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대통령
한 발 쏘면 세 발 퍼부어라 하면
그땐 시원할지 몰라도 그건 살 떨리는 말
핏줄은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라
마음 내키지 않아도 참고 참다 어느 날
쌀가마니 왕창 싣고 가서
대포 쏘지 말고 인민들 배부터 채우시오!
그런 대통령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평화가 머 있것어? 골고루(平) 화(和)한 것
화한 건 또 뭐겠어 밥(禾)이 입(口)에 있는 거
긍게 평화란 골고루 나눠 먹는 거
남과 북이 나누고 주린 자 없으면
그게 평화!
밥이 오가면 마음 오가고
작은 길 커지고 점점 넓어져
155 마일 가시철조망
힘없이 곳곳 숭숭 구멍 뚫려버릴 때
밥은 평화가 되고 강이 된다
곳간에 인심 난다는 말처럼
먹을 것 바리바리 싸주는 어머니 마음으로
달래고 토론하고
다음날 국회에서 밥이 통일이다! 연설하는 대통령
한 방 쏘면 세 방 쏘라 하지 않고
휴전선 열어라!
밥으로 분단의 빗장을 열어젖힐 초인은 언제 오나
힘은 힘을 부르고
물컹한 밥이 평화를 부른다
밥이 통일이다